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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들

말을 옮기는 사람.

by Vesselor 2022. 9. 6.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하는 유형. 본인은 '해야할 말'이고,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해서 하겠지만 대부분이 해봤자 의미없는 말이고, 해서는 안될 말인 경우가 많다. 정작 본인은 그것으로 인하여 본인이 얼마나 안좋은 평가를 받는지도 알지 못하고, 나중에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되면 그것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이런 유형이 말만 많고, 행동/실행력이 뒷받침해주는 경우가 없다. 주둥이에 온통 에너지를 쏟아내기에, 뇌를 사용해서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만들어 낼 에너지가 남아있질 못한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어제 낮에 A와 통화중에,
"B를 직접 만나서 이래저래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Z(나)만 알고있는게 좋겠다"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1차 통화종료.

어제 저녁에 A와 2차 통화할일이 생김.
"C한테 전화가 와서 어쩔수없이 어제 그 내용을 말했고,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를 하지말아 달라고 당부를 했다"하셔서
"알겠다"하고 2차 통화종료.

오늘 C한테전화가 옴.
"어제 A라는 분과 통화했는데, 이래저래 되셨대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D한테만 이야기했어요~"
난 그냥 A와도 통화안한 척, 해당 내용을 모르는 것처럼 "아~ 네~ 알겠어요~"하고 말았다.

A가 C에게 다른사람에게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굳ㅇ 부탁한데에는 이유가 있을것이다. 그만큼 중요하니까 말을 하지말라는데 굳이 나한테 전화해서 그이야기를 한다. 이해안되는 부분.

내가 A의 요청대로  말을 안하는 이유,

1. 철저하게 지킬 필요가 있고
2. 그거 나도 알고 있다고 뽐낼(?) 내용도 전혀 아니고
3. 딱히 거기 에너지 쏟을 이유가 업으니까!

과연 A가 C에게 요청한 '다른사람에게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를 C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 걸까?

D의 증언에 따르면 C는 회사에 개인사정으로 출근하지 않던 기간에도 거의 매일 전화를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질문도하고 했다고 한다.
같은 부서도 아닌데말이다.



이게 뭔 시츄에이션인지 난 모르겠다. 그냥 알겠다 하고 끊긴했는데 여기저기 전화해서 캐물어서 얻은 정보를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남들보다 앞선다는,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멀리하고 있는 중이다. 분명하게 이런 유사한 문제가 있어서 자꾸 말을 옮기시는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당췌 고칠줄을 모르는 듯.


나도 짧지않게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고, 나름 다양한 유형들을 만나고 같이 일해봤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이걸 못고치는 유형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내가 정말 아끼는 동생중의 하나가 회사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말을 옮기는 것으로 인해서 주변에서 참 많은 지적질도 당하고, 무슨 일만 생겨서 소문이 나면
"걔(동생)가 소문내고 다녔겠지~"
라는 말이 나올정도라서, 참으로 안타까워서 진심어린 충고를 해준 적이 있다. 말을 옮기는 행위 자체가 순간 재밌고, 자신이 정보우위에 서는 느낌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주변에서 사람이 사라질 거다. 왜냐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이야기를 그 사람한테는 꺼낼 수가 없으니까 신뢰를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본인이 혹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지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우선 C를 기준으로 판별법을 찾아보자.

1. 업무적인 내용의 경중과 상관없이 전화를 자주하는 편이다.
2. 통화를 막 끝내고 나서 '아~ 맞다!'를 시전하면서 '그거 안물어봤네' 하면서 또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3. 할말을 노트에 정리해서, 짧고 간결하게가 아니라 이것저것 물어보며 최소 10~20분의 통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4. 통화중에 '아~그리고~'라는 언급을 하면서, 또 다른 주제를 묻고, 또 다른 주제를 묻고 최소 3가지 이상의 일관성 없는 주제에 관련해 마구잡이로 질문을 해댄다.
5.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안되면 콜백문자를 남기는데, 거기에 문자로 정리해서 '어떠한 이유로, 전화를 드렸다'고 요약해서 문자로 보내는게 아니라, 30분쯤 지나면 또 전화를 건다.
6. 출근시간 전에, 퇴근시간 이후에, 주말에 연락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어우 적다보니 킹받네.
나이가 어느정도 찼는데도, 그리고 굳이 지적을 해줬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않는편이 좋다. 본인은 정감있게, 살갑게, 인간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소통을 위해서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들 나름의 삶이 있고, 바쁜 업무도 있고, 각자의 사정도 있는데 전혀 중요하지 않은 통화를 30분~1시간씩 해야하는 것은 참 곤욕이기도 하고, 인생의 낭비이기도 하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뭔 죄를 졌다고, 자기 스트레스 풀고 하소연 하는 것같은 전화를 시간낭비해가면서 들어줘야하는 건지 정작 당사자는 알지 못할 것이다.

주변에 저런 사람을 발견하면, 일단은 본인과 성향이 맞으면 어쩔 수 없지만 아니라면 과감하게 끊을 것을 권고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도움되지도 않을 뿐더러, 내 이야기가 자꾸 주변에 새어나가서 가끔 상당히 기분나쁘고 곤욕스러운 상황이 생기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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